왜 한국 청년들은 정신질환과 싸우는가, 통계가 말하는 현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정신질환과의 힘겨운 싸움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 부산 등 주요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와 농촌까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최신 통계와 정부 보고서를 종합하면, 2022년 청년층(20~30대) 중 우울 위험군 비율은 32.1%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대비 9.2%p 상승했다.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8년 26%에서 2022년 36%로 늘었고, 20대 우울증 환자는 4년 만에 45%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에서 그 폭이 컸다.

지난 1년간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46.3%,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을 겪은 비율은 40.2%에 달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답한 국민은 73.6%, 이 중 청년층 비중이 유독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도 청년 집단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정부와 전문가는 매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압박감, 고립, 불확실성… 청년을 짓누르는 구조적 원인

이처럼 정신질환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구조적·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 학업과 취업의 스트레스: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은 “수준 이하”에 대한 용납을 허락하지 않는다. 명문대 입시 경쟁 열기와 취업 시장의 협소함은 학생 때부터 20대 중후반까지 긴장과 불안을 지속적으로 심화시킨다. 취업난, 비정규직 증가, 주거 불안정 등 사회적 환경이 심각한 우울과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

  • 고립감과 사회적 단절: 코로나19 이후 청년 고립·은둔 인구가 급증하며, 정부 집계 기준 사회적 은둔 청년 34만 명, 장기화 우려 집단 14만 명에 육박한다. 극심한 외로움과 관계 단절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이 병적 수준의 스트레스와 우울로 이어진다.

  •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취업 등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불신,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고정관념, 주변의 낙인과 오해가 청년 스스로 문제를 숨기고 적절한 도움 요청을 어렵게 만든다.

  • 디지털 중독과 소통 단절: 인터넷·스마트폰 등 미디어 중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친구·가족 간의 대화 단절, 온라인 관계 중심의 소외감이 늘며 자기조절력 위기, 감정조절 장애에 시달리는 청년이 늘고 있다.

  • 사회 안전망의 미비: “상담 치료를 받을 여유가 없다”,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다”,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제대로 된 청년 맞춤형 정책, 주거·취업 안정, 심리상담 비용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지자체, 늦었지만 “이제는 개입”… 그러나 충분한가

위기감은 정책 결정권자들에게도 파고들었다. 정부는 2023년부터 청년 대상 정신건강 검진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기존 우울증 위주에서 조현병·조울증 등 정신질환 군을 확대해 조기 발견과 개입을 시도 중이다. 청년마음건강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고, 무료 심리상담 바우처 발급, 고위험군 관리 등 다각적인 대책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국민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여전히 12.1%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 도움에 접근하는 청년은 소수에 그치며, 사회적 낙인, 비용 부담, 정보 부족 등의 현실적 장벽이 높다. 선제적·근본적 정책 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방과 대응,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

  1. 정기적 정신건강 체크:

    • 2년마다 정신건강 검진을 받고, 필요시엔 정신과 전문의 또는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라. 우울, 불안, 불면 등 일상생활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머리가 아플 때 병원을 찾듯’ 망설임 없이 도움을 요청하자.

  2. 사회적 관계 맺기:

    • 단절되어 있지 않은지 생활을 점검하라. 가족, 친구, 동료 등 가까운 이들에게 마음을 털어놓아라. 심리적 고립감이 깊어진다면 지역 커뮤니티, 또래 모임, 동호회 등을 적극 활용해 소통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

  3. 디지털·미디어 사용 조절:

    • 스마트폰, 인터넷 사용 시간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야외 활동이나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노력하라. ‘스크린 타임’ 앱, 자기 점검용 일지 등 보조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실질적 효과가 있다.

  4. 건강한 일상 루틴 만들기:

    • 규칙적인 식사, 운동, 취침과 기상 시간 유지가 중요하다. 짧은 산책, 가벼운 운동은 뇌의 긍정적 화학물질 분비를 유도해 정신건강 회복력에 큰 도움을 준다. 미술·음악·독서 등 취미생활도 감정 조절에 효과적이다.

  5. 전문 도움 적극 활용:

    • 저소득·취약 청년을 위한 심리상담 바우처, 무료 정신건강복지센터, 대학교 상담센터 등 접근성 높은 지원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라. 상담 또는 치료 자체를 생활관리의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여, 터부시 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도록 의식적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끝까지 혼자 끌어안지 마라”

대한민국 청년 세대는 결코 ‘약한 세대’가 아니다. 성취에 대한 끝없는 압박, 불평등 구조, 사회의 냉혹한 카메라 앞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국가의 미래를 이끈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결코 의지의 문제가 아니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지금 내 고통에 솔직해지고, 적극적으로 가까운 곳의 문을 두드리자. 절망 앞에 주저앉지 않도록, 당신의 말을 들어줄 사회와 시스템이 더 단단해져야 한다. 청년의 용감한 도움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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